이것은 내가 제주도 서귀포로 여행을 떠났을 때, 한 노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그의 가족이 대대로 살아온 마을인 '모슬포'엔 곤충의 다리 해삼의 주둥이 가진 천년묵은 적색 괴물이 살고 있는데, 1년에 한 번씩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동제를 지내지 않으면 흉년이 들고 질병으로 마을 사람들이 무수히 죽어나가는 괴변이 일어난다. 노인이 기억하는 한, 그리고 노인의 아버지가 그에게 들려주길 아버지가 기억하던 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마을사람들은 쳐녀를 번제로 바쳐왔다. 더 이상 마을사람들은 흉년과 돌림병으로 고생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것이 괴물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은 덕택이라고 믿었다. 또한 그들은 수군대기를, 삼다의 제주도에 여인이 풍족하지 않았더라면, 수백년간 이어온 상납 물량을 맞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근대화의 바람이 제주도에도 상륙하여 인권에 대한 의식이 점차 생겨나고,  6, 70년대의 개발시대를 거치며 기계가 보급되자, 예식은 간소화되어 제물은 처녀에서 쇠붙이로 바뀌었다. 이것에는 성문화가 문란해지면서 더 이상 숫처녀를 찾기 힘들어진 절차적인 이유도 한몫한다고, 노인은 은밀한 눈빛으로 속삭였다. 그렇지만 어쨌든, 늙은 괴물은 이러한 희생양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고, 마을은 변함없이 평온하였다고, 노인은 힘주어 말했다. 

내가 제주도에 머무르던 그 해에도 어김없이 제사는 열렸고, 운 좋게도 나는 의식 전체를 목도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널리 육지사람들과 공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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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고홈솔져 고홈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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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북극곰☆ 2010.11.17 09: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진짜... 상상력과 글솜씨가... 멋집니다.. 어찌 이런 생각을 하시는지~

  2. 일곱가지 이론 2010.11.17 20: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 슬픈 이야기...ㅠㅠ

  3. ZIzi! 2010.11.17 23: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흐미~곤충다리와 해삼주둥이 상상이 안갔는데..사진으로 보니 진짜 곤충다리에 해삼주둥이네욤..@0@
    아~ 괴물님..웃겨요!! 숫처녀랑 쇠붙이랑 같은 맛인줄 알고 있다니..ㅋㅋㅋ 깜찍하네잉~~

  4. 비케이 소울 2010.11.18 16: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눈물난다 눈물나...
    제 점수는요......면허취소입니다! ㅎㅎㅎ

  5. keenetic 2010.11.26 14: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고홈뱅상님. 오랜만에 들렸습니다.
    어느 추운 밤, 군고구마/군밤 거리에서 파는 모습이 보인다면,
    몇십년 마음담아 한컷 부탁합니다.
    물건너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수가 없으니 말에요.
    추워지니 또 사라진 고향을 그리게 되는군요.

    • 고홈솔져 고홈벵상 2010.12.08 04: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몇십년의 마음을 답기엔 제 몸뚱이가 아직 신상이라.!! ㅋㅋㅋ 농담이구요, 한번 해보겠습니다 안그래도 공기가 차서 슬슬 군고구마풀릴때가 됐다 했습니당~

  6. 윤이마마 2010.12.01 20: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전 항상 벵상님 글 읽고 나서 댓글을 꼭 읽지요..
    그리곤 다시한번 글을 읽지요..
    그리곤.. 아하~~ 그런거구나.. 하지요.. ㅡ,.ㅡ;;;
    벵상님 글은 재미있지만.. 제겐 쵸큼 많이 어렵답니다.. ㅎㅎㅎ

  7. 이스트프로텍스 2014.10.11 22:2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와...팬픽쓰는대 좋은 내용이내요 혹시 이이야기를 다르게 써도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