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옴표
① " "(큰따옴표)/『 』(겹낫표): 글 가운데 직접 대화를 보이고자 할 때, 남의 말을 직접 인용할 때 쓴다. 

② ' '(작은따옴표)/「 」(낫표): 특별히 쓰이는 말, 특히 강조하여 주의를 돌리려는 말과 신문이름·책이름·제목 등을 두드러지게 보일 때, 또 글월 가운데서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것 등을 보일 때와 따온 말 가운데서 다시 따온 말이 들어 있을 때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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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워낙 볼 것이 없어서, 충무로의 한 벽을 바라보다가 벽에 붙은 A4 싸인을 발견하곤 천천히 정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견 특이한 점이 없었으나, 워낙 심심했던 터라 7회독 정도 하게 되었는데, 볼 수록 이상한 표기법과 아스트랄한 의미에 마음이 끌려 귀가 후 침대에 누워 뒤척이며, 이모저모 생각해 봅니다. 가장 호기심을 잡아끈 부분은 따옴표로 쳐진 "여기입니다" 라는 귀절입니다. 왜 따옴표를, 그것도 큰 따옴표를 부기했는지 몹시도 궁금하여 참을 수가 없어 궁리를 하던 중 몇 가지 가정을 세우기에 이르렀습니다.


1.
의도는 작은따옴표, 그러나 쓰기는 큰 따옴표<즉, 의도상, 강조의 의미>

1. 둘을 구분할 줄 모른다
2. 작은 따옴표와 큰 따옴표를 머릿속에서 혼동했다.
3. 머리로는 작은 따옴표를 쓴다고 생각했지만, 손이 오타로 큰따옴표를 입력했다.
4. 작은 따옴표를 써야 함을 알았지만, 평생 작은 남자로 살았기에 '작은'이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큰 걸 썼다.

5. 작은 따옴표의 주요 용법 중의 하나는 "마음 속으로 생각한 것을 보일 때"입니다.
위의 관리소장님하께서는 당차게 "흡연구역은...."이라고 외쳤으나,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여기입니다!"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고, 그렇지만, 그 사실을 보이려고 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소심함이 이유이든, 차마 나쁜 말을 직접 입에 담고 싶지 않아서든 간에 '생각만 했'지만, '생각만 한'것으로는 의미를 소통할 수 없음에, 그것을 따옴표로서 제시하기에 이른 것이다라고 볼 수 있겠네요. 약간 비겁하지만, 문장부호를 그 한계까지 자유자재로 활용한 점만은 인정하겠습니다. 그것이 국어사랑인 것도 같으니깐요.

어떤 과정으로 따옴의 과정에 임했든간에, "'여기입니다'"가 강조의 의미라면,
왜 '여기'만을 분리하여 따옴표로 묶지 않고- 범상한 두뇌를 가지고 볼 때, 위 문장에서 강조를 할 만한 핵심문구는 오로지  "여기" 뿐으로 보입니다 - 굳이 왜 "입니다"라는 조사를 포함하여 강조했는지는 오리무중입니다. 문장의 술부가 통째로 강조되어 어색합니다. 왠지 뒤에 무슨 말이 더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어색한 그 모습이 저의 주의를 잡아끈 요인이기는 하지만요. 제가 꼬투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는 바는 아닙니다만. 


2.
반대로, 위의 표기가 실수가 아니라, 처음부터 소장님은 
큰 따옴표를 의도했다고 가정할 때<인용구 또는 대화체를 의도>

1. 누군가가 말한 "여기입니다" 라는 말을 인용했다.
신년회합에서 건물주가 휘하 고용인들을 한데 모아놓고 한 일장연설에서 "(흡연장소는)여기입니다"라고 말했고, 연설에 감명받은 관리소장이 그 말을 그대로 옮겼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왜 전체 문장이 아닌 "여기입니다"만을 따왔는가-라는 의문이 남습니다. 아마도 건물주의 연설 중에서 "흡연장소는~"부분은 그닥 설득력이 없었던 반면에, 유독 "여기입니다!"부분이 강한 울림을 가진 것이 아니었나 하고 추측해봅니다.

2. 따옴표가 대화체를 표현한다고 한다면, 통상 그 외의 부분은 평이한 서술체가 되겠습니다.
"흡연장소는..."은 서술부이고, "...'여기입니다'"부분은 대화를 나타낸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겠지요.
강력한 권위를 나타내려는 야심을 가지고 문장을 시작했다가, 문득 마음이 약해져서 대화조로 "'여기입니다'"라고 중도에 문체변경을 꾀한 것이다-라는 가설 또한 가능하겠습니다. 저동빌딩의 관리소장은, 그렇다면, 마음이 따뜻한 남자(어쩌면, 여자-직업에 성차별은nono니깐)가 분명하네요. 애초에 명령하길 좋아하는 마초로 사회화되었지만, 마음 속의 자기 이미지는 부드럽고 상냥한 남자(어쩌면, 정말로 여성)인 것이지요.  투쟁보다는 대화, 활동보다는 수다-를 신뢰하는 그런 타입의.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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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고홈솔져 고홈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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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곱가지 이론 2011.01.12 01: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언제나 흡연장소는 칙칙해요....ㅠㅠ

  2. 검은괭이2 2011.01.24 10: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ㅋㅋ 이걸 보면서 전... 역시 한글을 위대하나 어렵다 라고 느낍니다 ㅋㅋㅋ
    좋은 한 주 보내세요~

  3. 빈배 2011.03.14 17:18 Address Modify/Delete Reply

    깨어진 기왓장을 보고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던데(유홍준 전장관), 따옴표하나로 재미를 찾으셨군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4. 비케이 소울 2011.03.25 14: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핵교 댕기느라 바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