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에 관심이 있는 분만 읽어주십시오. 진지한 글입니다

 

노새란-이라는 난초의 한 종류가 있습니다. 본래의 정식 명칭'호마란'이며, 제주도가 원산으로, 오로지 한국 땅에서만 자라고 꽃을 피우는 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으나, 남송
() 때의 《왕씨난보()》(1247)에 그 종류/특질/재배법 등이 상세히 기록된 것으로 보아, 당시부터 동북아시아에서 원예가들 사이에서는 명성이 자자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야생마 을 거름으로 먹고 자라난 까닭에, 외떡잎 식물 중에서도 가장 생장력과 번식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강렬한 리비도(성적인 기운) 덕에, 피우는 꽃이 대단히 아름답고 호방하다-라는 것은 난에 입문하는 동호인이라면 누구라도 듣는 말입니다. 그 왕성한 번식력은 동식물을 통틀어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인하여, 문란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하는 영국산 경주마 종마들도 한 수 접어준다고 합니다. 힘세고 일잘하는 노새-로부터 그 이름을 따와 고려 말기부터 '노새란'으로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정확한 고려 발음으로는 [노이-사: 연] 입니다. 



SONY | NEX-5 | Manual | 26.0mm


(위)대한민국 토종란인 "노새란(호마란)"의 모습



이제부터는 내가 군복무 시절에 만난 난-애호가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입니다:
노새란이라는 종이 어찌나 성욕이 왕성한지, 주인이 제 때에 인공교배를 해주지 않으면 화를 낸다고 합니다. 너무도 분에 겨운 나머지, 급기야 주위에 있는 다른 종의 난초들과 이종교배를 시도한다고 합니다. 보통의 난 씨앗은 미성숙한 상태여서 인공에 의하지 않으면 잘 교접이 이루어지지 않으나, 이 종은 워낙 야생성이 강하여 이런 일이 가능합니다. 근방에 다른 난초가 없어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아예 화분을 박차고 떠나버렸다-라는 이야기도 간혹 있었다 합니다. 심지어는 어느 날 아침, 잠결에 바짓저고리 속에 파김치 같은 것이 느껴져서 난의 주인이던 선비가 눈을 떠 확인해보니, 그게 노새란이 기어들어온 것이더라-라는 증언도 있습니다.  


전설은 이 정도로 해 두더라도, 노새란을 접해본 원예가들은 노새란의 정욕을 잠재우지 못하면 곤란하겠다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낱 식물의 욕망을 통제하지 못해서야, <번잡한 것이 싫어 구태여 식물을 키우는 취미를 붙인>  애당초의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겠는가-라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이에, 수십, 수백 년에 걸쳐 시행착오를 거듭하다가, 1893년 대한제국 말기에 이르러, 조선원예회 멤버들은 영국의 J.도미니라는 식물학자의 도움을 얻어, 노새란의 천부적 생명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단지 잉여의 번식력만을 다스리는 수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합니다. 당시 조선에서는 이를 '정념주박법'이라고 불렀고, 영국 말로는 'Gagorchidolgy'라고 불렀다-라고 영국의 J.도미니 박사가 자신의 비망록에 적고 있습니다. 


을사조약 즈음에 발행된 난초백서인 
《망소이 난 통감 제1권》의 금속활자 초판본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정념주박법은 노새란이 가진 태생의 생명력을 보존하는 가운데, 오로지 과잉의 힘만을 덜어내고저 하는 의도이므로......(중략)....... 서양의 화학적인 술법보다는, 동양 고유의 유기적인 다스림을 앞세워 .........(중략)........ 재갈과 고삐를 물려 조랑말의 힘을 다스리는 것에서 착안하였다 ......... (중략).......  가난한 백성이라면, 옷고름과 서양비녀(머리핀)만을 활용하여 시술이 가능한 점에 훌륭함이 있다."





<정념주박법의 근본 원리>
 

Panasonic | DMC-FS42 | Portrait mode (for closeup photos with the background out of focus) | 5.5mm


정념주박법=재갈/고삐 응용
(이미지 출처: 인 터 넷

 
서론이 길었습니다.

성욕이 넘치는 난초를 다스리기 위해서 대한제국 말기의 선구자들에 의해 고안된 슬기의 집대성!

노새란의 인기쇠퇴와 더불어 명맥이 끊겨, 현대에는 사료이론으로만 존재하는 전설의 <정념주박법>

이 '정념주박법'이 종묘 근처에서 조용히 대를 잇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서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긴 말은 적지 않으려 합니다. 인터뷰는 생략합니다. 고삐로 난초를 허공에 묶어 화분에서 탈출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머리핀으로 난초의 혈도(성감대)를 압박함으로써 번식욕구를 원천봉쇄하는 최상급의 오가닉 원예 기법입니다.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끝]
 

SONY | NEX-5 | Manual | 26.0mm


 
Posted by 고홈솔져 고홈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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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ZIzi! 2011.08.13 18: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노새란만 되나요?
    우리집에도 난초가 몇개 있는데..
    정념주박법을 좀 더 응용해서..
    난초의 혈도를 도려낸다면..난초의 성욕에 대한 고민으로 부터 저희 엄마는 자유로워 지실 수 있을 듯합니다..
    엄마가 주무시는 새벽!!작전에 돌입해야겠어요..
    내일아침 엄마께서 행복해 하시겠습니다.^^v

  2. wadw 2011.10.13 22:1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인간한테도 활용가능한가여?